TR맨?
한 형제님에게서 한국의 독립침례교회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형제님의 조언에 따라 내 자신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많은 오해와 편견을 그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서게 되어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먼저 저를 두고 TR맨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까닭은 지금까지 목회자로써 주님을 섬기고 있지만 교회가 작아 재정적으로 저를 지원할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직장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TR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영어 킹제임스 성경보다 TR(Textus Receptus)을 높이는 사람을 말합니다. TR이란 우리말로 수용원문 혹은 수용본문으로 불립니다. 때로는 지금까지 희랍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한 성경이라 하여 전통본문(Traditional text)라 부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영어 킹제임스성경에는 오류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인 TR로 돌아가 거기서 번역하고 참조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일반적으로 TR맨으로 불립니다.
반면에 킹제임스 성경을 최종권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도 두 부류가 존재합니다. 그 분류는 킹제임스성경의 근간이 되었던 구약 맛소라 본문과 신약 수용본문에 대한 입장차에서 비롯됩니다. 한 부류는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1611년에 킹제임스 성경을 주실 때까지 그 본문들을 보존해 오셨기 때문에(비록 그것이 한 책으로 보존된 것이 아닐지라도. 당시는 이것이 힘들었던 때였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영어 킹제임스 성경과 그 근간이 된 히브리성경과 그리스성경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존중합니다. 이것이 미국의 대다수 킹제임스 성경을 최종권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믿는 견해이고 온건한 킹제임스성경주의자라 불립니다.
다른 부류는 1611년 킹제임스 성경이 나온 이후로 오직 이 성경만이 최종권위가 되며 그 근간이 된 히브리성경과 그리스성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미국에서 이 주장은 극단적 킹제임스주의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두 부류의 구분은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 중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온건한 킹제임스성경주의자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나님의 성경 보존의 역사로 인하여 입니다. 하나님께서는 1611년 킹제임스 성경을 주시기 전까지도 구약은 맛소라 본문으로 신약은 수용본문으로 보전해 오셨습니다. 물론 완전한 책의 형태를 갖지도 않았으며 수많은 필사본들로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그대로 믿는다면 한 번도 주님은 자신의 말씀을 보존하지 않은 적은 없었으며 실패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 말은 이 지구상에 하나님의 말씀이 소실된 적은 없었다는 뜻입니다.
마 5:18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에서 일 점 일 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마침내 다 성취되리라.
마 24:35 하늘과 땅은 없어지겠으나 내 말들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
비록 완전한 책의 형태는 없었다 할지라도 주님은 자신이 주신 말씀을 보존해 오셨습니다. 그 결과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바로 킹제임스성경이 그 증거입니다. 킹제임스 성경은 새롭게 무에서 번역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킹제임스성경은 구약 히브리 본문과 신약 그리스 본문에서 직접 번역한 성경입니다.
혹자는 구라틴역본과 같은 번역본들이 원어를 대체한 하나님의 말씀이었으며 킹제임스 성경 번역자들이 이것들을 통해 번역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번역본들에 대해 킹제임스성경 번역진들은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았고 단지 참조하는데 그치고, 그들은 원래의 원천인 히브리본문과 그리스본문에서 번역하였습니다. 구라틴성경에 대해 그들은 그것이 히브리어에서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구약 히브리어를 그리스로 번역한 성경(칠십인역)에서 번역하였으므로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도 명료하지 않은데 거기서 라틴어로 번역하였다면 분명 흐리멍덩(muddy)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것은 킹제임스성경의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Translators To The Reader)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But now the Latin translations were too many to be all good, for they were infinite (Latini interpretes nullo modo numerari possunt, saith St. Augustine) [S. Augustin. de doctr. Christ. lib. 2 cap. 11]. Again they were not out of the Hebrew fountain (we speak of the Latin translations of the Old Testament) but out of the Greek stream; therefore, the Greek being not altogether clear, the Latin derived from it must needs be muddy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대로 자신의 말씀을 보존해 오셨다고 믿으십니까? 1611년부터 입니까? 아니면 이미 수천 년 동안이나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존되어왔던 구약의 맛소라 본문과 천오백년 이상 보존되어 와 그리스도인의 손에 읽혀졌던 그리스 수용본문의 가치는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만일 이 두 본문이 없었다면 킹제임스성경은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2. 성경의 확실한 해석 혹은 바른 해석을 위해서입니다. 이것과 관련하여 밀접한 것은 성경번역에 있습니다. 한글 성경 번역과 교정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현재 우리는 킹제임스 흠정역성경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이 성경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킹제임스 성경과 그 근간을 이루는 히브리 성경과 그리스 성경에서 가장 번역이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글 흠정역 성경 역시 우리말로 번역된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습니다.
이와 관련한 예를 들어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디도서 1:1을 보면 “according to the faith of God's elect”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God's elect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영어로 보면 elect는 단수인지 복수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뒤 문장을 읽어보아도 그 힌트를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혹자는 하나님의 선택하신 자는 예수 그리스도이므로(사 42:1, 사 45:4, 사 65:9) 이 해석이 “예수님의 믿음에 따라” 란 뜻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킹제임스성경의 근간이 된 그리스 TR을 보면 elect로 번역된 단어의 수는 “복수”입니다. 따라서 이 구절은 예수님께 적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글 흠정역 성경을 번역할 때 “하나님의 선택하신 자들의 믿음에 따라”라고 맞게 번역하였습니다. 롬 8:33또 그러한 예이나 이 구절에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뜻한다는 것이 문맥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집니다. 이렇게 모호하게 드러나는 부분들은 대부분 단복수의 구분이 명확히 드러나야 할 곳에서 필요합니다. 영어는 때로 단복수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습니다. the wicked는 사악한 사람들도 되지만 그 사악한 자도 됩니다. thy beloved는 주께서 사랑하시는 자 혹은 주게서 사랑하시는 자들도 됩니다. 이 구분들은 때로 앞 뒤 문장으로도 모호한 경우가 있습니다.
히브리성경과 그리스성경을 존중하는 것은 영어 킹제임스성경을 부정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호한 부분에 대해 확실한 의미를 얻고자 함에 있을 뿐입니다. 만일 원어를 가직고 킹제임스성경의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TR맨이겠지만 원어를 가지고 킹제임스성경을 옹호하고 그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면 그 사람은 TR맨으로 불려야 하겠습니까?
청주 형제사랑침례교회
이준오 목사